“저희 가게에 없는 시계재료는 대한민국 어느 도매상에 가도 찾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을 꾸미는데 여성들은 의류, 악세사리, 핸드백 등 다양한 물품으로 자신만의 패션을 완성한다. 반면, 남성은 무엇으로 패션을 완성하는가? 사람마다 답변이 다르겠지만 공통된 응답 중 하나는 ‘시계’일 것이다. 시계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 그 자체에서 이제는 대표적인 스타일 아이템으로 변모하고 있다.
귀금속백화점이 즐비하게 늘어선 대구 교동 귀금속거리를 걷다보면 시계부품 및 재료를 도매취급하는 ‘한성사’라는 조그마한 가게가 보인다. 지난 6월17일, 대구시 중구 용덕동에 소재한 사업장에 들어서자 “가게 규모는 작지만 명성만큼은 대구·경북에서 최고라 자부합니다” 라고 첫마디를 건넨 그가 바로 한효동 사장님이다. 그에게서 55년 전통의 ‘한성사’ 스토리를 들어봤다.
Q.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아버지께서 35년 동안 가게를 운영해 오셨어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 가게에서 놀면서 ‘한성사’는 집 이외에 제가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이었죠. 성인이 되고 아버지 가업을 물려받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심도 들었고 친숙한 장소라 애착이 강했습니다. 지금 제가 도맡아 한 지 20년 정도 되었어요.
Q. 주로 취급하는 품목은 무엇인가요?
A. 시계재료(시계줄, 시계유리), 시계부품(시계밧데리), 시계(손목시계, 탁상시계, 벽시계) 등을 판매하고 있어요. 그리고 단체시계 주문도 받고 있구요. 물론 시계부품을 팔면서 간단한 시계수리도 직접 해주고 있어요. 저희 가게는 도매비중이 80% 이상이에요. 사가시는 대부분의 손님들도 거래한지 오래된 소매상 사장님이죠.
Q. 재료 및 부품 구매는 어디서 하시죠?
A. 서울 종로에 소재한 도매상으로부터 7~10일 간격으로 전화로 주문해서 구매해요. 한 달에 3~4번 구매하는 셈이죠.
Q. 시계도 패션이라 유행에 민감할 것 같은데 사업전략은 무엇인지?
A. 일단, 손목시계의 경우 지금은 작은 시계보다는 큰 시계를, 스틸보다는 가죽을 선호하고 있는데 유행은 그때그때 바뀌는거라 신규제품을 다양하게 보유해서 유행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합니다. 없는 물건은 서울에 제작의뢰를 해서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어 내고 있구요. 항상 고객이 원하는 크기, 모양, 색깔을 구비하려고 노력하죠. 시계줄만 하더라고 폭이 다양해요. 최소 6mm부터 최대 30mm까지 있구요. 그 사이에 2mm 간격으로 있습니다. 6mm, 8mm, 10mm, ··· , 26mm, 28mm, 30mm 이렇게요.
Q. 가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려주세요.
A. 휴대폰이 나오고 7~8년 동안 시계 수요가 급감해서 한동안 힘들었어요. 혼수예물시계도 줄이는 추세라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았구요. 우선은 재고비중을 줄여서 비용을 절감했구요, 불필요한 지출도 최소화 했어요. 그러다가 3년 전부터 손목시계시장에서 큰 시계가 유행하면서 시계 수요가 다시 늘었어요. 사람들이(특히 젊은 세대들이) 시계를 패션으로 생각하면서 시계에 대한 관심이 늘었기 때문이죠. 이에 시계재료 및 부품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요.
Q. 스마트기기보다 시계에서 느끼는 매력이 있다면?
A. 정장, 캐주얼 등 옷에 따라 다양하게 코디할 수 있어요. 그리고 운동할 때는 전자시계 등 다양한 시계들이 나와 있어서 상황에 맞게끔 착용하면 돼요. 그리고 물가에 비하면 시계 가격은 싼 편이라 부담없이 구매하고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시계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성공의 비결을 꼽는다면?
A. 어려운 시기에도 모든 거래처에 최선을 다하고 일반손님들이 오시면 다음에 반드시 찾아올 수 있도록 손님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까지 세밀하게 점검해주고 설명해줌으로써 단골 고객으로 만든 것이 성공요인이라 생각해요. 예를 들어 시계줄을 사러 온 손님에게 시계내부 손질을 무상으로 해드리고, 혼자서 손쉽게 시계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기도 합니다. 단순히 시계부품을 사러 왔다가 서비스도 받고 시계와 관련된 Tip을 알려드리니 상당히 만족해 하시더라구요.
Q. 다른 가게와 차이가 나는 본인 가게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면?
A. 최대한 많은 종류의 재료나 부품을 보유해서 손님이 필요한 물품을 바로바로 해결해주고 있어요. 만약 없는 경우에는 빠른 시일 내에 구해서 충족시켜 주고 있구요. 저희 가게에 없으면 대한민국에도 없다는 마인드로 운영합니다. 특히 ‘한성사’는 오로지 시계재료만 취급하기 때문에 대구·경북 최대 시계 재료보유점이라 자부하구요. 제품이 풍부하다 보니 단골 고객이 많이 확보되었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A. 시계업종이 향후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홈페이지, 앱을 구축하여 꾸준히 홍보중이에요. 그래서인지 요즘들어 젊은층들의 온라인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고, 물품에 대한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앞으로는 SNS를 통한 지속적인 홍보로 소매 판매를 늘려나갈 생각이에요. 그래서 일반고객들도 시계재료하면 ‘한성사’를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대구·경북지역에서 시계점을 운영하시는 분 중 ‘한성사’라는 이름을 모르는 분이 없다”라며 자신감있게 말하는 그에게 ‘한성사’는 그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간에 손목시계약을 교체하러 온 손님이 있었다. 교체하는 동안 멀리서 왔다는 손님에게 혼자서도 기스나지 않게 시계약을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장님을 바라보며 그가 시계재료를 판매하는 것은 단순한 도·소매가 아닌 그 이상의 고객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서비스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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