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빵을 만들어 내는 베이커리 카페

구페 Gouffe

김 규 철 대표

빽빽한 고층 아파트 사이에 자리 잡은 한 빵집이 있다. 빵을 사려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언뜻 보기엔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처럼 보인다. 이 가게는 대구시 달서구에 위치한 베이커리 카페 ‘구페(대표 셰프 김규철)’.

구페란 상호는 프랑스 제빵 장인의 이름에서 따왔다. 김 셰프는 18세기 프랑스의 유명 파티시에(페이스트리 요리사)였던 ‘줄 구페(Jules Gouffe 1807~1877)’가 ‘손이 아닌 가슴으로 빵을 만든다’라고 회고한 책을 우연히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김 셰프는 그의 뜻을 이어받아 20년전부터 지금까지 가슴으로 빵을 만드는 삶을 이어오고 있다.

구페는 막 찍어 내는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빵집과는 확연히 다르다. 김 셰프는 천연효모를 기계가 아닌 손으로 직접 배양한다. 빵의 깊은 풍미를 위해 식품첨가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효모만으로 모든 빵을 굽는다. 김 셰프는 또 신선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매일 새벽 북구 매천시장을 찾는다.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제일 좋은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서다. 그는 “좋은 재료에 정성이 들어간 빵을 만들면 고객이 먼저 알아본다”며 “그 만큼 요즘 고객은 입맛이 까다로워 최고의 빵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구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빵은 ‘갈릭 쉬림프’다. 가격은 3천800원. 이 빵은 의성 마늘을 토핑해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도 있지만, 늘 따뜻한 상태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반죽에 곱게 간 새우를 넣어 구운 후 바게트를 만든다. 이후 제품이 소진될 무렵 소스를 바른 뒤 2차로 구워 진열하고 있다.

구페에서 판매되고 있는 빵은 대략 150가지. 모든 빵은 하루가 지나면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 김 셰프의 원칙이다. 팔고 남은 물량은 전량 지역 복지관 등에 기부한다. 그는 “구페의 콘셉트는 당일 생산, 당일 판매하는 정직한 빵집이다. 그렇다고 빵이 많이 남거나 취급제품이 한정적인 것도 아니다. 소량 생산을 하더라도 제품의 폭을 넓혀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고 싶다”고 했다.

구페엔 근무하는 직원도 많다. 빵을 만들어 내는 직원이 10명, 매장을 관리하는 직원이 12명으로 모두 22명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지난 2013년 개업 당시 상시종업원이 4명이던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규모를 불린 셈이다.

김 셰프는 사람에 투자하는 것을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그는 “언론매체와 SNS에 홍보를 안 하는 대신, 수익이 발생하면 무조건 사람에 투자한다”며 “그래야 더 좋은 빵을 만들 수 있고, 가게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 제빵왕·제과 기능장 출신의 대표 셰프

제과 기능장인 김 셰프는 이력도 화려하다. 그는 지난해 9월 사단법인 대한제과협회가 마련한 ‘제3회 한국프로제빵왕 경연대회’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과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대구·경북 프로제빵왕에 뽑혔다. 그밖에도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 규모의 제과·제빵 관련 대회나 행사 때 심사위원 자격으로 수차례 참여하는 등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는 “여러 단체와 기관에서 많이 불러 주는 편”이라며 “가진 재능을 조금이나마 베풀고 활용할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셰프는 최근 대구시 달성군 현풍·유가면 일대 테크노폴리스에 구페 2호점도 오픈했다.